올바른 학습법

영유아,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필요하고 올바른 학습법에 대한 글을 제공합니다.

  • 2025. 5. 22.

    by. sigma-k

    목차

      시간가는줄 모르는 아이, 뇌발달과 함께 살펴보기

      많은 부모들이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숙제하다 말고 딴짓을 한다”, “10분 만에 하라고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끝내지 못한다”는 고민을 토로합니다. 이처럼 초등학생이 시간관념이 부족하고, 학습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태도 문제나 집중력 부족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뇌의 시간 감각을 담당하는 회로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간 감각은 뇌의 전두엽과 두정엽, 그리고 기저핵이라는 영역이 서로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입니다. 특히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일의 순서를 계획하고, 시작과 마무리를 구분하는 기능은 **전두엽의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 담당합니다. 그런데 이 실행 기능은 초등학생 시기 중에서도 점진적으로 발달하며, 특히 10~12세 전후까지는 미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5분만 있다가 할게요’라는 말을 하면서 실제로는 30분이 흘러도 감지하지 못하고, 숙제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는 걸 모른 채 한 문제를 반복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실제 사용 시간을 일치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는 뇌가 시간 정보를 충분히 처리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아직 성장 중이라는 신호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시간 감각을 ‘훈련할 수 있는 뇌 기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시간 관리 능력을 키우는 첫걸음, ‘보이게 만드는 시간 훈련’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이의 뇌가 그것을 체감하고 인식하기 위해서는 시각적 도구를 통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뇌가 추상적인 시간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시간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 그 출발점은 시간 시각화입니다. 예를 들어, 15분 공부하고 5분 쉬는 루틴을 정해놓고, 시곗바늘이 아닌 모래시계, 색깔 타이머, 타임타이머와 같은 도구를 함께 사용하면 뇌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시각과 움직임을 통해 인식하게 됩니다. 이는 전두엽의 시간 감각 회로를 반복적으로 자극하여 시간의 양을 내면화하는 연습이 됩니다.

       

      또한 해야 할 과제를 시간 단위로 나누고, 각 과제를 정해진 시간 내에 완료하는 미션형 학습을 통해 뇌는 시간에 따른 행동 계획을 체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5분 안에 수학 문제 5개 풀기”, “20분 안에 책 한 챕터 읽고 요약하기” 같은 방식은 아이의 뇌가 ‘시간 속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구조’를 학습하게 합니다.

       

      이러한 시각화된 시간 훈련을 반복하면, 아이는 더 이상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지 않게 됩니다. 뇌는 추상적인 개념을 감각적으로 체험할수록 기억에 남고, 행동과 연결되며, 점차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는 아이, 초등학생의 시간 감각을 키우는 뇌 기반 학습 전략

       

       

       

      시간 루틴을 고정하면 뇌의 실행 기능이 안정됩니다

      시간 감각을 키우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략은 일관된 시간 루틴을 반복적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뇌는 일정한 흐름 속에서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 속에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며 행동을 자동화합니다. 특히 시간 루틴이 반복되면 전두엽이 ‘시간에 따른 행동 스크립트’를 학습하게 되고, 매일 반복되는 학습 루틴은 점차 뇌에 내장된 자기조절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가장 효과적인 구조는 고정된 시간표+선택할 수 있는 순서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오후 5시~6시는 학습 시간으로 고정하고, 그 안에서 “오늘은 국어 먼저 할까? 수학 먼저 할까?”처럼 일부 선택권을 주는 방식은 아이의 실행 기능을 자극하면서도 감정적인 반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스스로 계획하고 조절하는 감각을 키우며, 뇌가 ‘학습에 들어가는 신호’를 자동으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적인 루틴입니다.

       

      또한 학습 시작 전 ‘예열 활동’—예를 들어 집중 호흡 3회, 책상 정리, 체크리스트 보기—를 포함하면, 뇌는 감정과 환경을 안정시킨 후 전두엽을 준비 상태로 전환하게 됩니다. 마무리 루틴 또한 중요합니다. 학습이 끝난 후 ‘오늘의 공부 시간은 총 몇 분이었는지’, ‘계획 대비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활동은 뇌의 자기평가 회로를 강화하며, 점차 시간 감각과 성취감의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시간 감각은 인지력보다 감정 안정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는 아이 중 상당수는 뇌의 감정 회로와 시간 회로가 충돌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계획한 시간에 맞게 공부를 시작해야 하지만, 감정적으로 피곤하거나 싫은 마음이 앞서면 뇌는 실행 명령보다 회피 반응을 먼저 선택합니다. 이때 시간은 더 빨리 흐르지만, 아이는 스스로 이를 통제하지 못한 채 죄책감이나 자책감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시간 관리 훈련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아이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조절하는 루틴을 함께 설계하는 것입니다. 학습 시작 전 “지금 기분 어때?”, “오늘은 무슨 일 있었니?”와 같은 감정 확인 질문은 뇌의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전두엽을 학습 상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감정 상태가 정돈된 아이일수록 시간에 맞춰 행동할 확률이 높아지며, 뇌의 주의집중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또한 시간 실패에 대한 피드백 역시 중요합니다.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어?”보다는 “오늘은 시작이 조금 늦었지만 끝까지 했다는 게 중요해”, “내일은 시작 시각을 조금 앞당겨보자”와 같은 회복 중심 피드백이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고, 다시 시도하고 싶은 의지를 불러옵니다. 결국 시간 감각은 단순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인지, 실행과 보상이 함께 움직이는 뇌 전체의 조절 능력으로 길러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