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학습법

영유아,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필요하고 올바른 학습법에 대한 글을 제공합니다.

  • 2025. 4. 10.

    by. sigma-k

    목차

      친구랑 잘 놀수록 공부도 잘한다? 사회성 발달과 학습 능력의 상관관계

       

       

      또래 관계와 학습 능력은 왜 연결되어 있을까

      많은 부모가 “놀지만 말고 공부 좀 해!”라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아이가 친구와 잘 놀 수 있다는 건 뇌 발달과 학습 능력 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최근 뇌과학과 교육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상호작용을 잘하는 아이일수록 인지 능력이 높고, 자기 조절 능력 또한 우수하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시기의 ‘사회성’은 단순히 성격을 넘어서 학습 능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친구와의 놀이를 통해 아이는 협력, 타협, 감정 조절, 역할 분담, 언어 표현력 등 다양한 사고 활동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며, 이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두엽은 문제 해결력, 집중력, 계획 수립 등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부위로, 학습 능력의 핵심 기능과 직결된다. 친구와 잘 어울리는 아이일수록 뇌의 복잡한 회로가 잘 발달하여 있고, 사회적 자극을 통해 지속적인 학습 동기를 받게 되는 것이다.

       

       

      놀이 속에서 자라는 자기 조절력과 주의 집중력

      아이들은 놀 때 뇌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합니다. 특히 친구와 함께하는 놀이에서는 혼자 노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신경회로가 활성화됩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놀이 상황에서 아이는 뇌의 전전두엽을 중심으로 자율신경계의 조절이 강화됩니다. 전전두엽은 충동 조절, 감정 통제, 계획 수립, 판단력 등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 부분이 잘 발달할수록 자기 조절력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줄넘기 순서를 기다리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아이는 “내 차례가 아직 아니야, 참아야 해”라는 인지적 판단을 해야 하고, 동시에 “하고 싶지만 지금은 친구가 먼저니까 기다려야지”라는 감정 조절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경험은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고, 뇌의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또래와 자주 어울리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전전두엽 활성도가 높고, 주의 지속 시간도 길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곧 학습에 대한 집중력으로 이어집니다. 놀이를 통해 익힌 “기다리기”, “참기”, “규칙 지키기” 같은 행동은 교실 수업이나 과제 수행 중 집중력을 유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를 지속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한편, 학습 중 금세 포기하거나 짜증을 내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놀이 속에서 ‘기다림’이나 ‘감정의 절제’를 충분히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또래와의 협력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놀이 활동을 단순한 여가로 보지 않고, 뇌 발달을 위한 ‘훈련의 장’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언어 능력과 학습 표현력, 대화에서 길러진다

      언어 능력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구조화하여 표현하는 인지 능력과 직결됩니다. 아이가 친구와 대화하며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설명하고, 또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언어 뇌 영역이 자연스럽게 자극됩니다. 이때 활성화되는 부위는 좌뇌의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며, 이 두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아이의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능력이 골고루 발달하게 됩니다.

       

      역할 놀이와 협동 게임은 이러한 언어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 놀이’를 할 때 아이는 “저는 간호사예요, 주사 맞으셔야 해요” 같은 문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며, 사회적 상황에 맞는 언어 표현을 학습하게 됩니다. 또한, 역할에 따라 언어의 사용 방식도 달라져야 하므로, 문장 구조나 어휘 선택에도 섬세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활동은 단어 암기나 문장 따라 읽기보다 훨씬 강력한 언어 발달 자극이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생각을 구체화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능력도 함께 기릅니다. 이는 국어나 사회 과목에서 서술형 문제를 푸는 능력, 수학에서 풀이 과정을 설명하는 능력과 직결됩니다. 학교 현장에서 발표를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친구와의 의사소통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말을 많이 해본 아이들입니다. ‘말로 풀어내는 능력’은 결국 학습 내용을 구조화하고, 정리하며, 장기 기억으로 연결 짓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또래와의 소통은 단지 언어 기술을 넘어, 표현의 논리성과 창의성까지도 키워줍니다. 이야기 지어내기, 서로의 하루 이야기 나누기, 상상의 질문을 주고받는 활동은 아이가 다양한 시각에서 사고하고, 자신의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이는 결국 글쓰기와 독해력, 발표력 등 전 과목에 걸쳐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바탕이 됩니다.

       

       

      정서 안정감이 학습 지속력을 만든다

      학습 지속력, 즉 한 가지 과제를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힘은 뇌의 감정 조절 시스템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편도체는 뇌에서 위협이나 불안을 감지하는 기관이며, 전전두엽은 이 감정을 조절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친구 관계가 안정적인 아이는 이러한 뇌 영역 간의 연결이 원활하고, 스트레스 반응도 빠르게 회복됩니다.

       

      실제로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일수록 시험이나 발표처럼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유지하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부모나 교사의 지지보다 또래의 지지에서 더 큰 힘을 받는 시기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너랑 같이 공부하니까 재미있어”, “우리 같이 해보자”는 친구의 말 한마디가 큰 용기를 주는 이유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사회적 자극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줍니다.

       

      반면 친구 관계에서 자주 갈등을 겪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는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기억력, 집중력, 문제 해결력 등 학습에 필수적인 능력들이 스트레스에 의해 위축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에, 정서적 안정은 단지 마음의 평화가 아닌 학습의 생존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친구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놀이를 통해 관계 맺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 전략입니다. 학습에서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 또한 이런 정서적 기반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서적으로 안전한 아이는 학습에서도 끝까지 버티는 힘을 갖게 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친구와도 잘 논다

      결론적으로 ‘공부 잘하는 아이 = 조용히 혼자 공부하는 아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오히려 놀이를 통해 활발히 또래와 소통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를 조율해 본 경험이 많은 아이일수록 실제 학습 환경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 학습은 단지 정보를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내용을 해석하며 상황에 맞춰 행동하는 복합적인 두뇌 활동이다. 이 모든 기능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훈련될 수 있다.

       

      학습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아이가 친구들과 잘 놀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집에서 혼자 문제집만 푸는 시간보다, 놀이터에서 규칙 있는 놀이를 주도해 보는 경험, 팀을 짜서 역할을 나누는 게임을 해보는 활동이 더 큰 교육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회성은 결코 학습과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깊이 있는 사회적 관계는 뇌를 성장시키고, 아이가 평생 배움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토대가 된다.